본문 바로가기

일상

타인의 취향 [프랑스 영화]


취향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6인 6색



영화 타인의 취향은 여섯 명의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중소기업 사장인 카스텔라는 여성스럽고 고상한 자신만의 취향을
타인에게 양보하기 싫어하는 고집스런 아내 앙젤리크와 안 어울린 듯
보이지만 아내의 그런 취향에 큰 불만 없이 행복하게 산다.






카스텔라의 순수한 열정



카스텔라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아내와 함께 살면서도 디자인과 문화,
예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조카가 출연하는 연극에
마지못해 참석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주연배우인 클라라를 보고 불꽃같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그녀는 이전에 영어 과외선생으로 면접을 본 적이 있어서 카스텔라는
영어를 매개로 그녀와 친해지려고 한다.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예술을 하는
클라라의 주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지만 조롱을 당하며 놀림감이 된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놀림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카스텔라의
취향은 한마디로 순수한 열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클라라의 취향


클라라는 예술에 문외한인 카스텔라를 경멸하지만 그의 순수한 마음을 보면서
차츰 자신의 취향에 그를 받아들이려 한다. 연극을 하는 클라라는 순수한 열정으로
예술을 하려는 여자이다. 처음에는 예술을 모르고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카스텔라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카스텔라는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영작 시를 만들어서
들려주지만 그녀의 마음은 그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친구들이 그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서 돈을 착취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카스텔라를 찾아가서 자신 때문에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카스텔라 본인은 순수한 열정에서 그림을 사는 샀던 것이고, 그녀 친구들에게 투자를
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 클라라는 그를 자신의 취향에 받아들이게 된다.









앙젤리끄의 강요


카스텔라의 아내 앙젤리끄는 남편의 이혼한 여동생의 집을 알아보고
새 단장하는 것을 돕는다. 그러나 자신의 취향에 있어서는 양보하기
싫어하는 앙젤리끄는 시누이와 많은 부분에서 부딪히게 되고, 그녀를 무시한다.
남편 카스텔라에게도 자신의 취향이 더 수준 높은 것이니, 잠자코 따라오라는 듯
강요를 한다. 그러나 카스텔라는 순수한 열정의 클라라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고,
자신의 취향을 그녀에게 맞추려 노력하는 중에 아내의 취향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자신이 사온 그림을 다른 곳으로 치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카스텔라는 아내의 곁을
떠나 집을 나온다.
나는 카스텔라를 보면서 사랑에 빠지면 본래 자신의 취향을 타인의 취향으로 바꾸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면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랑크의 아픔


카스텔라의 보디가드 프랑크는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브루노를 통해 마니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는 전직경찰로써 마리화나를 파는 마니를 이해할 수 없고, 사랑 없이도 섹스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마니에 점점 빠지지만 자신의 지난 상처가 반복 될까봐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한다.
안정과 믿음을 원하는 프랑크는 마니에게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점점 사랑이 깊어지고 아이러니 하게도 깊어질수록 불안한 감정이 생기는
프랑크는 결국 마니 곁을 떠난다.






마니의 자유로움


한편 마니는 사랑에 있어서 자유로운 여성이다. 여러 남자를 동시에 사귀는 것이나
사랑 없는 남자와 잠자리도 가능하다는 그녀도 프랑크와 결혼해서 안정을 꾸리는
상상을 하며 점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도 프랑크가 불안해하는 부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그를 보낸다.




브루노의 방법


운전사 브루노는 6개월간 미국으로 연수 간 여자 친구가 바람이 날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10년 전 잠자리 한 마니를 기억조차 못하지만, 다시 그녀와 잠을 잔다.
그는 실연의 아픔을 플루트를 불면서 극복하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 멋지게 플루트 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떠난 여자 친구를 타인으로 놓아주는 모습처럼 보였다.




갈등과 강요







 조화로운 삶

나랑 상관없는 사람의 취향은 나의 관심 밖이고 살아가는데 그다지 내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을 준
사람들은 그들의 취향에 나를 맞추려 했을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그들만의
안경을 끼고 나를 봤을 수도 있다.
그 안경이 벗겨지는 순간 그제야 나는 그들에게 타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애인에서 타인으로, 아들에서 타인으로, 형에서 타인으로, 친구에서 타인으로,
결국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타인 인 것이다.
영화를 보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은 타인의 취향을 무시한 채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속 카스텔라의 순수한 열정이 클라라와 주변 친구들에게는 유머스럽고
엉뚱하게 보이지만, 결국엔 그들 모두 그의 순수함에 반해 그를 받아들인다.
타인의 취향은 카스텔라의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마음속에 갖고
있던 선입견과 타인을 대할 때 겉으론 이해하는 척하지만 속으론 타인을 낮게
보는 인간 마음을 풍자 한 것 같다. 이 부분에 있어서 프랑스적 에스프리를
볼 수 있다.
카스텔라의 아내 앙젤리끄와 프랑크는 그들만의 기준으로 타인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취향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한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앙젤리끄는 눈물을 흘리며 시누이의 인테리어 취향도
괜찮다며 인정하고, 프랑크도 마니의 취향이 자신과 다른 것을 인정하며
그녀를 떠난다.

타인의 취향은 나와 다른 것이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다른 취향을 찾기란 너무 쉽다. 반대로 나와 같은 취향을 찾기란 불가능
할 수도 있다. 나와 다른 취향이 훨씬 많은 이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어느 병원 진료실 앞에서 인상 깊게 본 문구를 소개하며
나의 감상평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나를 낮추고 마음을 열어라. 진정 강해지려면,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이 되려면, 마음을 열고 끝없이 자신을 낮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