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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자전거 도둑, 조깅하다가 멈춰서게 만들다


화창한 주말 오후 여러분은 뭐하며 보내시는지? 가족과 나들이 혹은 연인과 데이트?
부족한 수면을 보충 하거나 주말에도 열심히 일하시는지?
어제 날씨가 좋고, 기분도 좋고, 컨디션은 음……. 보통이지만 요즘 쌀쌀해진 날씨 탓에 한동안
미뤄뒀던 조깅을 했다. 10키로 정도 뛸 생각을 갖고 집을 나섰다.
몸을 간단히 풀고 출~발 달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뛰니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바닥의 느낌과
몸의 무게가 약간은 무겁다. 차가운 공기가 폐 속에 채워지니 초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 같아
10키로 채우려면 한 시간은 뛰어야 될 것 같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고 호흡도 안정이 되서 가볍게 뛰기 시작할 때쯤, 한 무리의 어린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지나간다.




아이들과 잠시 놀다가 헤어지고 돌아가는 뒷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우스운 광경이 있으니, 한 아이가 안장 없이 자전거를 서서 타고 있다.

자전거 타는 무리 중 한명이 안장 없이 서서타고 그 뒤를 바짝 붙어 내가 달리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자전거 탄 무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얼마 안가서
서서 타던 아이가 자전거를 끌며 걸어가고 있다. 장난기가 발동하고 아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달리기를 멈추고는 안장 없이 서서 자전거 타던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 얘, 몇 학년 이니? ( 아이가 긴장하며 경계의 눈빛을 보인다. 나는 좀 더 착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

- 나는 몇 학년 같니? 맞추면 날도 추운데 시원한 하드 사줄께 ^^ ( 썰렁한 농담에 아이의 얼굴이

더 차가워진다. 괜한 농담으로 이상한 아저씨가 되어버렸다. 세상이 험해졌다지만 여학생도 아니고
남학생이 이렇게 경계를 하다니 내 인상이 엄청 무섭나보다.)

앞서 가던 친구들이 돌아와서 분위기가 좀 풀어졌다. 중학교 1학년 친구들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한창 빠져있다고 한다.

- 자전거를 학원 앞에 세워뒀는데, 끝나고 나와 보니 안장만 없었어요.


- 야 니 안장이 엄청 푹신한가보다. 그것만 빼가다니. ㅎㅎㅎㅎ

- 근데 너 대단하다. 그렇다고 이렇게 서서 타고 다니는 거야?




자전거 안장 훔쳐간 분 안장 돌려주세요.


옆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맞다고 소리친다. 얼마나 친구들과 자전거 타는 게 재밌고 좋으면
안장 없는 자전거를 문제없이 서서 타고 다닐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더니…….
나 역시 어린시절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 마음 백번 이해가 간다.
그 우정 변치 말고 오래오래 평생 가길 바란다.

요즘엔 부품만 훔치는 도둑이 많나보다. 주변 친구에게 본인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부품을 도난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컴퓨터면 컴퓨터지 무슨 컴퓨터 부품?
어른이 아이 자전거를 훔치고 다닐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자전거 안장을
훔쳐간 사람의 양심이 살아나서 훔쳤던 장소에 다시 갖다 두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나는 중학교 때 자전거 도둑을 잡은 기억이 있다. 하루는 학교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는데,

우리 집에서 낯선 아이가 동생 자전거를 자기 것 인거 마냥 대문 밖으로 끌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친동생의 자전거를 훔치려 했던 게 분해서 나보다 어려보이는 그 아이를 아주 심하게
혼내줬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보다 어린 아이를  심하게 때린 것 같아 좋은 기억이 아니다.
훌륭한 어른으로 컸기를....

그나저나 유쾌한 아이들 덕분에 오늘 조깅은 여기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