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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초딩 딸을 둔 복잡한 아빠의 심정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에 여성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올라온다.
배가 고파서 김밥 훔쳐 먹은 뉴스나 노인 공경 안 해서 집단구타 당하는 사건 같은
이야기가 사회면에 큰 이슈로 등장하는 세상이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게 아닌가 보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선배를 만나서 소주 한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 걱정에 몸과 마음이 힘들다는 소리를 한다.


하루는 딸 데리러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 앞으로 가는 길에 길가 모퉁이에서
한 눈에 봐도 어린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단다.
담배 끄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남의 자식에게 에너지 소모 하고 싶지도 않고
좋게 말한다고 들을 아이들도 아닌 것 같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딸과 만나서 떡볶이랑 튀김 사들고 집에 오는 길에 아까 만난 그 아이들을 또

보게 됐는데, 딸이 하는 말이 자기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키나 등치를 봐서는 중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딸이 초등학교 5, 6학년들 이라고
했단다.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30대 중반인 우리 때는 몰려다니며 담배 피우는 학생들은 좀 빠르면

중학생이었는데 요즘엔 초등학생들이 예전 노는 중학생들이 하는 짓을 하고 다닌다며
한탄을 했다. 그러며 드는 생각, 우리보다 윗세대들은 우리 세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찬가지겠지. 부처 시대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없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

선배는 그 일이 있은 뒤부터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딸아이를 마중 나가려 한다고 하니,
나는 학원 여러 군데 보내지 말고 그냥 아이가 좋아하는 거 한 가지만 시키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요즘엔 학원 안다니는 아이들이 없어서 놀아도 학원에서 놀기 때문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내가 세상을 모르는 건지, 그 얘기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이가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재능이 있거나 흥미가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남들이 다 한다고

거기에 따라 갈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막상 나도 부모가 되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시대가 그렇다고 아이도 힘들고 부모도
힘든 이런 손해 보는 일은 안하고 싶다.



어쨌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흉악범죄가 많아서 딸아이를 맘대로 밖에 내놓기도

힘든 세상이라 걱정하면서, 남들 다하는데 안하면 뒤쳐지고 딸아이가 소외 될까봐 학원을
늦게까지 밖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그 선배의 사연을 듣고 보니, 참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디 심플한 세상없을까?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