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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갓난아기와 술자리 피하기


주변에 결혼한 남자들을 보면 크게 두부류가 있는 것 같다.
결혼 전과 후의 모습이 많이 바뀐 쪽과 결혼을 했는지 여전히
총각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이다.
전자의 경우 아기가 생기면 더욱 가정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몇 주 전에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돈 벌고 아내랑 아기 돌보느라
정신없는 성실한[?] 친구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와이프는 잠시 친정에 놀러갔고 아기랑 단둘이 있으니
지네 집에서 소주한잔 하자는 것이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이미 약속이 있으니, 그쪽으로 오던지
아니면 우리가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아기 때문에 나갈 수 없고, 나 말고 다른 친구들까지 오면
술판이 커지고 아내도 싫어 할 거라며 나 혼자만 오라고
한다. 술이 먹고 싶은데 혼자 마실 수가 없으니 제발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한다.
태어난 지 100일도 안된 아기를 옆에 두고 집안에서
둘이 소주잔 기울이는 것도 우스운 일 같고 그러다가
친구 아내가 집에 오기라도 하면 나를 얼마나 한심한
놈으로 보겠냐며 거절했지만 제발 집에 와달라는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려서 알았다고 대답해버렸다.
전화를 끊으며 오면서 소주 2병만 사오라는 말도 잊지 않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다.




아빠를 닮았는데도 신기하게 이쁜 아기



그렇게 우리는 갓난아기를 옆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신기한 것은 아기가 효녀인지 아빠의 그 당시 소원이던
술 한 잔 하기를 방해하지 않고 얌전히 옆에서 지켜봤다는 것.
나는 나쁜 짓 저지르는 청소년의 마음처럼 찜찜한 이 느낌,
참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예전 강원도 산골에 여행 갔을 때, 남자를 위해 깜깜한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섭다며 화장실 앞까지 같이 가주던 것까지 모자라
그 앞에서 보초까지 서주던 일이 기억나는 건 왜 일까?
아마도 그때랑 비슷한 상황인가 보다.

그렇게 두어 시간 친구 아내가 귀가 할 때까지 우리는
즐겁게 술잔을 기울였고, 나는 아기랑 함께 하는
술자리는 한번으로 족하다며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