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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귀신!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경험


무서운 이야기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더위를 잊으라고
여름에 많이 등장한다. 근데 겨울로 들어선 이 시점에 왠 무서운 이야기?
바로 어제 모골이 성연한 경험을 했다. 여태껏 살며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이나
군 시절 담력훈련때도 어제처럼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싸늘한 경험은 아니었다.
 
무서운 이야기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 이름은 귀신.
여러분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아니면 귀신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공포영화나 귀신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몰입이 안되서…….
남들은 다 무섭다고 하는 이야기나 영화가 그동안 내게는 그저 그런 시시한 이야기로
들렸다. 특히 귀신이야기에 집중을 못하는 이유는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니? 라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하다보니, 이건 실화야 하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조차도 속으론
그것은 누군가 만들어 낸 거야라고 결론 내버리곤 했다.
나는 평소 겁이 많아서 아무도 없는 밤길을 혼자 다니는 게 무섭거나 내 주변사람
누구처럼 여행가서 밤에 무섭다며 야외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사진속 저 나무벤치에 앉아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다시 어제 있었던 일로 돌아가서, 저녁 7시쯤 해는 이미 떨어진 어둑어둑한 상태였다.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일찍 집에 가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지름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산 밑에 있는 우리집을 가려면 작은 동산하나를 지나야 하는데,
요즘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북한산 둘레길 중 일부분이 이 곳이다.
낮에는 이 길로 자주 다니지만 밤에는 좀 돌아서 가더라도 큰 길로 다니곤 했는데, 어제는
몇 분이라도 집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 동산을 가로질러 집으로 넘어갔다.
대략 600미터정도 산속을 걸어야 우리집이 나오는데, 컴컴한 밤에 산속을 혼자 걷고 있으니
평소 겁 없다고 주문을 외우던 나도 고양이나 산 동물이 나타나면 절대 놀라지 말아야지 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걷고 있었다.
한 100미터쯤 걸었을까? 왼편 저쪽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쪽을 바라봤다.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등골이 오싹하다. 캄캄한 숲속이고 거리가 10미터 이상
떨어져있는데도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있는 게 보인다. 중년 정도[?]의 여인이 앉아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마음은 앞뒤 생각할 겨를 없이 잽싸게 뛰고 싶은데, 이놈의 발이 안 움직인다.

얼어버린 냉동인간처럼 그 자리서 몇 분을 서 있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이래서 귀신 봤다는 사람이
있었구나. 아니야, 귀신은 없어. 그럼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이 캄캄한 숲속에 아래위로 하얀 옷을 입고
앉아있으니 정상은 아닌 사람 같다. 나도 모르고 당신 뭐야? 왜 이 시간에 이러고 있어? 라고 소리칠 뻔했다.
다행히 그 사람은 나를 안보고 있는 것 같다. 고개를 돌려 그곳을 다시 보기가 겁난다.
조용히 가던 길을 걸었다. 마음속에선 뛰라고 난리친다. 근데 뛰면 뒷덜미를 잡힐 것 같았다.
조용히 걷자. 아무소리도 내지 말고…….
집에 오니 어머니가 저녁상을 차리고 계신다. 사색이 된 얼굴을 보고 어머니가 무슨 일인지 물으신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더니, 사람일 거라고 한다. 동네에 하얀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사람이든 귀신이든 소리치거나 뛰어오지 않고 조용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잊지 못할 무서운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