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정확히 3주 동안 입원 하셨다. 해운대 물놀이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튜브사고(?)로 해운대 백병원 응급실로 그리고 후송된 서울현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끝내고, 내일이면 다시 3차병원 경희의료원 척추재활의학과에서 진료
받으신다. 또 다시 입원하시게 될지도 모르겠다. 병원 다니길 유난히 싫어하신
어머니가 평소와는 다르게 의사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신다.
이제 와서 말씀하시는데, 처음 사고 나고 2주 동안은 밤에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튜브사고로 경추 디스크가 생겨서 신경을 누르고 있는
상태라 목 뿐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데 아직도 많이 불편 해 하신다.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수술치료는 절대 안 한다고 하시니, 경희의료원에서 침과 물리재활치료로
목 디스크와 허리통증 완치를 기대해 본다. 튜브사고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어머님 말씀이 서울 현대병원 정형외과 8인실은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몸은 불편해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어서 병실 분위기가 좋은 걸까? 암 병동이나 중환자실 병동보다야
좋겠지만 그래도 서로 불편한 분들끼리 사이좋게(?) 지낸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 옆에 계셨던 분과는 서로 연세도 같으셔서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병실에는
좋은 이야깃거리 소재가 많은 것 같다. 어머님께 3주 동안 병실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어보니 예전에 병원을 무대로 한 TV 드라마 종합병원이나 그 외 영화에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이야기 지어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머니께 들은 병실에 있던
한 분 한 분 사연 모두가 재미도 있고 안쓰럽기도 했는데, 그 중 베트남에서 온 아가씨가
많이 힘들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한국에 돈 벌러 온 그 아가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다행이 손가락 접합수술이성공적이어서
재활치료를 잘 하면 생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한다. 여성 혼자말도 안 통하는
타지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 텐데 큰 사고까지 당해서 많이 힘들 것 같단 생각을했지만
성격이 낙천적인지 생글생글 웃으며 지내는 모습이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힘을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늙으셨네....
입원 해 계신 동안, 40년 넘게 참석 한 부부동반 모임에 나를 대신 보내셨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참석 하셨는데, 마침 어머님 입원 중에
모임 회원 한 분께서 회갑을 맞이하셨다. 거기엔 꼭 참석해야 한다며 나를
보내신 것이다. 어머니께서 간곡히 말씀하시니 거절 할 수 없어서 처음 뵈는
낯선 자리에 가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생 꼬마 때 말고는 부모님을 따라 나선
기억이 없기에 그 곳에 모인 분들 거의 대부분 초면 이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보시는 것이다. 신기하고 쑥스럽고 죄송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나의 꼬마 때 이야기를 아직도 생생히 말씀 하시는 걸
듣자니 감사하고 또 한 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 분들 말씀이 나는 꼬마 때
여기저기 다니며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다고 한다. 나에 대해 자세히 기억 해
주시는 것도 진심으로 기분 좋고 감사한데, 놀러가서 실수로 술병 깬 이야기나
혼자 떼굴떼굴 덤브링 하며 놀던 이야기는 내 기억에 없는 것들이었다.
청소, 빨래, 요리 등 살림을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 살림만 한다해도 쉽지 않은데
일도하고 살림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아 초반에는 외식으로 식사를 때우고
청소, 빨래는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요리도 하고 청소, 빨래를 해야 할 상황이
와서 하다 보니 재밌기 시작했다. 돈 줄 테니 나보고 살림만 하라고 하면 감사 할
정도로 재미있게 살림에 몰두 했다. 최근엔 다시 살림의 재미를 슬슬 잃어가고
있는데 다시 재미를 느끼기 위해 뭔가 특별한 물건을 사던지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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